침묵은 어떤 것을 보거나 듣고 나서도 아무런 감정을 갖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보거나 듣고 나서도 느끼거나 감정이 일지 않아서 가만히 있는 것은 침묵이 아닙니다.
침묵은 일어난 마음 속의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의 문제입니다.

감정을 겉으로 나타내는 방법은 말과 행동이 있습니다.
마음 속에 일어난 감정을 말이나 요란한 행동으로 나타내지 않는 것이 침묵입니다.
그저 조용하게 묵묵히 쳐다보기만 하는 모습인 것입니다.
침묵한다고 생각도 없고 감정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잘못입니다.
침묵은 경우에 따라서는 겉으로 표현하는 말과 요란하게 드러내 보이는 행동보다도 더 깊이있게 속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일 수 있습니다.

어떤이에게는 '사랑과 자비'의 모습으로
어떤이에게는 '인내'의 모습으로
어떤이에게는 '겸손'의 모습으로 쉽게 다가오는 것이 침묵입니다.
그래서 '침묵은 금'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우리는 마음 속에 일어난 감정에 쉽게 치우치거나 자극받는 것을 감정적이라 하고,
감정을 한 템포 늦추어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을 이성적이라 합니다.
그런데 한 템포를 늦추고 나면 고요한 침묵만 남게 됩니다.
따라서 침묵은 이성적인 결과물이기 쉽습니다.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침묵도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침묵은 고요한 것 만큼이나 온갖 소란스러움을 잠 재우는 묘약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침묵은 부부간에 다투고 한동안 대화없이 입을 다물고 사는 침묵까지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감정에 이끌림 되어 입을 닫은 침묵이기 때문입니다.
보고 듣고 느낀 감정을, 그 중에서도 부담스럽고 나쁘고 불쾌하게 느껴진 감정을 한 템포 늦추고 속으로 진정하여 나타나는 침묵이어야 합니다.
그냥 쉽게 생각해도 침묵해서 잃게 되는 것 보다는 침묵해서 얻게 되는 것이 훨씬 많을 것 같습니다.
젊었을 때 자아字我는 어떤 사람과 심한 말다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서로 감정이 격해져서 격한 말을 서로 주고 받다가 상대의 말이 끝났는데도 아무 말없이 1~2분 정도를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마음 속으로 격한 감정을 누그려뜨리면서 말입니다.
그 후의 결과는 너무나 싱겁게 서로 화해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때의 침묵은 '인내'였습니다.
베풀고 나서도 베풀었다는 사실을 마음 속에 담아두지 않는 침묵은 '사랑과 자비'의 모습입니다.
자기 자랑에 열 올리지 않는 것은 '겸손'의 모습입니다.

먹고 말하라고 뚫린 입입니다.
필요해서 생긴 것이니 말을 하지 않을수는 없지만 말이 많으면 과유불급이란 말도 있습니다.
말이 많은 사람을 입이 가볍다고 하고 말이 적은 사람을 입이 무겁다고 하기도 합니다.
말과 행동이 무거운 사람을 진중한 사람이라 합니다.
아무나 쉽게 지키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침묵은 금'이란 말이 결코 헛된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아字我 최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