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온갖 꽃들이 형형색색으로 자태를 드러냅니다.

빨강도 있고 노랑도 있습니다.

모양도 다르고 색도 다르고 그 드러내 보이는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보는 사람들 눈에는 한결같이 예쁘고 아름답습니다.

가을에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여름내내 푸르릅던 나뭇잎들이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합니다.

어떤 것은 붉은 색이 더 드러나 보이고 어떤 것은 노랑색이 더 드러나 보이지만 콕 집어서 노랗다 붉다고 말하기 어려운 색입니다.

거무튀튀하기도 하고 붉그레죽죽하기도 합니다.

노르끼리 하기도 하고 푸르딩딩이 숨어있기도 합니다.

봄꽃은 자신을 마음껏 드러내 보여서 만물을 유혹하려 합니다.

벌도 불러야 하고 나비도 불러야 합니다.

그래서 빼어나게 아름답습니다.

가을단풍은 스스로 감추고 여미려 합니다.

영화도 누려보고 시련도 겪어 보았으니 이제는 조용히 뒤를 돌아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겸손하고 은은합니다.

어떤 이는 가을 단풍을 마지막 불꽃을 사르는 것이라 하지만

자아字我는 겸손함과 은은함의 결정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겸손함은 어디서 나올까요?

세월이 흘러 치이고 부대끼면서도 갈고 닦음이 있어야 그 속에서 겸손함이 싹틉니다.

젊어서 겸손한 것은 배워서 겸손한 것이고, 나이들어 겸손한 것은 느껴서 겸손해 진 것입니다.

겸손함이 자리 잡고 나면 그 속에서 은은함이 배어나옵니다.

빼어나서 아름다운 것도 좋지만 겸손하여 은은한 것은 더욱 좋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입니다.

단풍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전국의 산하는 북새통입니다.

보고, 즐기는 가운데 느끼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인생도 60 이 넘으면 가을단풍입니다.

시간으로도 그렇고 모습으로도 그렇습니다.

지나온 연륜이 느껴지고 살아온 풍상이 보입니다.

어떤 색이라고 분명히 드러나 보이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뭉뚱그려 놓고 보면 아름답고 조화롭습니다.

환갑을 넘기는 자아字我의 감회가 더욱 새롭습니다.

봄꽃보다 더 아름다운 건 가을 단풍입니다.

자아字我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