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돈 네돈 구별없이 모두가 우리돈인데

아내는 내돈은 내돈이고 네돈은 네돈이다.

나는 내가 못 벌면 네가 벌어 생활하고, 네가 못 벌면 내가 벌어 생활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아내는 네가 버는 돈으로는 가정을 꾸리고 내가 벌어서는 저축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는 돈을 벌 때나 못 벌 때나 항상 여유롭고 걱정이 없는데

아내는 항상 경제활동을 하여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불안하고 초조해 한다.

아내는 무엇인가를 쌓아놓지 못하면 답답해 하는 사람이고

나는 부족하면 나누어 쓰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서로 다르다 보니

결혼하고 한참 동안은 왠지 불편하고 개운하지가 못했다.

어떤 때는 내가 손해보는 것 같아서 그런 아내가 밉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아내를 오해하기도 했다.

나는 아내보고 왜 그러냐고 따지기도 하고

아내는 그런 나를 보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하곤 했다.

세월이 흘러 결혼한 지 30년 세월이다.

이제는 조금씩 서로 변하여

나는 그런 아내를 미워하지도, 서운해 하지도, 오해하지도 않는다.

아내의 그런 마음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나는 10년도 훨씬 전에 집을 아내 앞으로 해 주었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던 아내도 지금은 아내는 아내 집이어서 좋아하고 나는 우리집이어서 만족한다.

누가 봐도 잘못 된 일이 아니라면

서로 다른 것을 내쪽으로 같게 만들려는 욕심이 앞설 때는 마음을 힘들고 아프게 하더니

상대 쪽으로 맞추어 줄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지를 않다.

그렇게 사는 동안

나는 아내에게 버팀목이 되주었고

아내는 나를 여유롭게 해주었다.

지금은 그런 아내가 고맙게 느껴진다.

서로 같으면 한 마음이 되어 그쪽으로 나아가는데 힘이 될 수는 있지만 억제하고 견제하는 기능이 부족할 수 있다.

서로 다른 것을 맞추어 나가는 과정은 긴장과 조정이다.

언제나 시끌벅적하다.

그러나 시끌벅적하여야 그 다음이 조용해진다.

긴장과 조정 후에 맞이하는 안정은 한 단계 발전된 안정이다.

서로 다르다는 것이 삶을 풍요롭게 하고 발전시키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오늘도 생각해 보는 자아字我다.

자아字我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