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端에 羞惡之心이란 게 있다.

자신의 허물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잘못을 미워함이다.

자신의 허물을 부끄러워 함은 자신을 엄정하게 돌아보는 것 만으로도 가능하고, 자신을 잘 살펴서 부끄러움을 알게 되면 자신을 계발하고 남을 의식하게 되어 결국 나를 위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남의 잘못을 미워하는 것은 전체 집단의 옳바름을 지켜나가는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나의 잘못을 가리고 남의 잘못만 들추어 내는 것으로 보일 여지가 있으므로 여간 조심할 일이 아니다.

따라서 남의 잘못을 미워한다는 말은 남의 잘못을 들추어 미워하라는 말이 아니고 나의 잘못을 남이 미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라는 말이다.

따라서 수오지심의 핵심적인 가르침은 자신의 허물을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자신의 허물을 부끄러워 한다는 말은 무엇인가.

부끄러워 한다 는 말은 두 가지 의미로 살펴 볼 수 있다.

하나는 자신에게 대한 부끄러움이요, 또 하나는 남에게 대한 부끄러움이다.

각각의 개념이 다르므로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자신의 무지-어리석음-바르게 알지 못함-자신을 지나치게 높힘-남을 지나치게 업신여김-판단 잘못-오만불손-자기 중심적인 사고- 등에 대한 부끄러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스스로 그런 일을 생각해도 부끄러운 일이고, 그런 일로 남에게 드러내거나 강요했을 때 그들이 어떻게 생각했을까를 생각하면 남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나의 잘못 된 판단이나 행동을 남이 미워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 갑질이란 말을 언론 등을 통하여 자주 듣는다.

기업인-정치인-학자-심지어 종교인- 들 까지 그 부류를 한정할 수 없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는데 한결같이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것 같다.

어떤 기업인은 전혀 부끄러운 줄을 모를 것 같은 얼굴로 사과문을 죽죽 읽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갑질과는 무관한 일이지만 정치인의 경우는 내가 주장한 정책적 판단이나 생각에 대한 남들의 반응을 표의 결과로 살필 수 있어서 지극히 현실적이고 생생하다.

표의 결과가 절대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투표로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보겠다고 방편을 삼았다면 한표라도 많은 쪽이 한 사람이라도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을 지지하고 옳다고 믿어주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쪽이 더 많다면 나의 판단이나 행동을 밉다고 보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많다는 의미가 된다.

표의 결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나를 미워하는 사람보다는 믿고 따르며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고 굳게 믿었던 사람이라면 당장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나에 대하여 부끄럽고 남에 대하여 부끄러움을 알아서 마음으로 뉘우쳐서 스스로의 부끄러움에서 벗어나고 이를 사과하여 남에게 부끄러움에서 벗어나는 것이 상책이다.

거창하게 참회한다거나 회개한다거나 하는 종교적인 말을 쓸 것도 없다.

그저 쉬운 말로 진심으로 뉘우치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일이 결코 비굴한 일이 아니며 그렇게 하여 고치고 계발하여 다듬는다면 이것이 곧 나를 위하는 일이 된다.

그렇게 하여 부끄러움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뉘우쳐서 사과할 줄 모르는 사람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니 날이 갈수록 더욱 다른 이의 미움만 쌓이게 될 것이다.

심지어 맹자는 無羞惡之心이면 非人也(잘못을 부끄러워 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라고 하였다.

자아字我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