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와 같이 올 봄도
세상천지에는 온갖 꽃들이 자태를 뽑내고 있습니다.

길옆에 개나리
그리고 벗꽃이 활짝 피고
풀섶에 민들레가 노랗습니다.
산에 오르면
-수줍어 수줍어 다 못타는 연분홍이......의 그
진달래가 한창입니다.
그리고 이름을 헤아리기조차 힘든
많은 풀들이 제각기 꽃을 피어 자태를 뽑냅니다.

이맘 때가 되어 할머니 제사를 지내고 나면
그때마다 생전의 할머니 말씀이 생각납니다.

봄이 되어 꽃이 피기 시작하면
할머니는 늘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자아字我에게
"꽃 피는 춘삼월에 죽었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그때마다 어린 자아字我는
"할머니가 왜 죽어？"하고 동문서답을 하곤 했지요.

그리곤 학교로, 군대로, 직장생활 등으로
할머니와 한동안 떨어져 살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차를 타고 급히 내려갈 때
차창밖으로 비쳐지는 온갖 꽃들을 보면서
"아, 할머니가 그렇게 돌아가시고 싶다던 꽃피는 춘삼월"임을 알아 차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는
봄이되고
꽃이 피고
제사를 지낼 때면 언제나
자아字我는 그때의 어릴적 祖孫의 모습을 그리게 됩니다.

이제는 자아字我도 나이가 들면서
'사람이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면 결국 그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있는가 보다'는 생각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손자에게 까지도 말씀하실 만큼
'할머니는 왜 그토록 꽃피는 춘삼월에 돌아가시기를 원하셨을까？'에 대한 답을 하나하나 느낄수 있을것만 같습니다.
이승에서 못해보신 많은 일들을 저승에서 맘껏 피워보고 싶으셨던 거지요？

할머니!
여러가지로 부족한 살림 꾸려가시느라고
피우지 못하고 응어리로만 만들어
가슴 속 깊이 묻어두셔야만 했던 그 열정을
할머님께서 벗하고져 했던 온갖 꽃들과 함께
활짝 피우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허전함이 그토록 크셨슴에도
손자들에겐 내색조차 않으시면서
모두다 반듯하게 키워주신
우리 할머니.
정말로 감사합니다.
편히 잠드세요.

자아字我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