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짧은 글들을 모은 책 '하늘나라에서 온 편지'입니다.
이런 글 저런 내용이 있지만 그 중에서 나의 눈을 붙잡는 솔직하고 정감이 넘치는 부분이 있어 몇 자 적습니다.
과연 추기경인 분이 쉽게 할 수 있는 말일까？ 생각하면서.

-누가 나에게 예수님을 뵌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보았다거나 만났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분이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요즘에는 기도할 때마다 예수님을 만난다든가, 무슨 특별한 일이 생길 때마다 예수님을 만나서 계시를 받는다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흔한 세상입니다(부처님이든 무슨 신이든).
김수환 추기경은 굴곡의 세월동안 누구보다도 고뇌했고 아픈 가슴으로 기도했던 한 종파의 최고의 위치에 있던 분입니다.
그런 분께서 '예수를 보지도 못하고 만나지도 못했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을 듣고 '추기경이란 사람이 예수도 못 봤다구？'할 사람은 흔치않을 것입니다.
추기경의 믿음이 예수를 보았다고 말하는 이들만 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이도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예수를 보고 계시를 받았다'는 말보다는 '예수를 보지도 못하고 만나지도 못했다'고 말하는 추기경의 말 한마디가 유난히 가슴에 와닿습니다.
요한도 이미 말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하나님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라고 첫째 편지 4장12절에 적고 있네요.

-추기경인 나도 아직 예수님을 보지도 못하고 만나지도 못하였지만 내 안에 예수님을 모시고 열심히 기도하며 살아가고는 있습니다.-

솔직하기 때문에 더욱 강건하게 느껴지는 그런 말입니다.
추기경이 한 말이기 때문에 많은 이에게 용기가 될 수도 있는 그런 말입니다.
자아字我만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곱씹고 싶은 말씀입니다.

-참고-여기의 '추기경'이란 말때문에 천주교라는 특정 종파를 생각하기 쉬우나 어느 종파가 되었든 '특정 종파의 아주 높은 위치'정도로 이해하고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천주교도인 김수환을 말한 것이 아니고 김수환이란 분의 위치를 말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아字我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