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의 어떤 모습이 군자의 어떤 모습과 닮았길래 그러나 하고 관심을 갖기 사작하면서 난초을 키우며 군자 운운하는 사람들과 얘기를 해 봐도 속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없다.

어떤 이는 그 향기가 그윽하다는 둥, 단아하고 청결한 자태라는 둥 설명을 하는데 마음에 쉽게 와 닿지를 않는다.

향기가 그윽한 것이 난초 뿐은 아닐테고, 어떤 것이 그윽한 향기인지도 모르겠고, 단아하고 청결한 자태라는 말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공자와 굴원이라면 나의 궁금증을 단번에 해결시켜 줄 수 있겠지만 요즘 난초를 키우는 사람들에게서는 그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나에게는 그저 자기 입맛에 맞는 말로 난초와 군자를 연결짓고 난초를 키우고 있는 자기 자신이 군자인 연 하는 것 쯤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아래는 자아字我가 살펴 본 난초의 모습과 특성이다.

1. 난초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하다.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것이 아니고 부드러우면서도 강하다. 잎날의 모양은 넓은 것도 아니고 뾰족한 것도 아니고 적당히 곡선을 이루므로 부드러움이 느껴지지만 쉽게 꺾어지지 않는다. 또한 잎의 뻗음도 적당히 곧고 적당히 굽어서 부드러움을 느끼게 하지만 축 늘어진 모습은 찾을 수 없으니 강하다.

그렇다고 갈대나 억새같이 남의 살을 베이지도 않고 쉽게 꺾어지지도 않는다.

붓으로 친 난을 보면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느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군자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고 이유없이 남을 해하지도 않으며 쉽게 꺾이지도 않는다.

2. 난초는 물을 주지 않아서 마침내 죽게 되드라도 잎사귀의 모습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그 모습 그대로 말라 죽는다. 화분에 있는 난초에 물을 주지않고 마르게 하면 색깔만 푸른 색에서 갈색으로 변할 뿐 그 모습 그대로다. 물을 그렇게 많이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물이 있고 없고에 따라서 그 반응이 즉각적이지도 않고 느긋하다.

군자는 죽어도 그 정신은 살아있다.

3. 난초는 특별히 양지를 좋아하거나 음지를 싫어하지 않는다.

실내에서 화초를 키우면 거의 대부분이 햇빛이 들어오는 쪽으로 잎을 뻗거나 그쪽으로 더 자라는 것을 알수 있다. 그러나 난초는 그렇지 않다. 아무리 오래 두어도 음지 쪽으로 뻗은 잎이 양지 쪽으로 뒤틀려 향한다던가 음지는 허술하게 자라고 양지는 무성하게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없다. 그저 그대로 음지와 양지의 구분이 없다. 

군자는 영화를 탐하지 않는다. 영화로운 곳이든 영화롭지 못한 곳이든 군자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간다. 

4. 난초의 향기는 누구나 좋아할 만 하며 멀리 간다.

자아字我가 보기에 난초의 꽃은 화려함 과는 거리가 멀다. 모습이나 색이나 화려함 보다는 소박하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관대를 하고 혓바닥을 내 놓은 것 같다는 둥 하면서 얼마나 아름다운 꽃이냐고 말하지만 내 눈에는 그저 소박한 꽃으로만 보인다. 선비니 뭐니 아무런 선입견도 없는 어린이와 다수의 어른들에게 난초의 꽃을 보여주고 그 느낌을 물었더니 나의 견해와 거의 같음을 확인하였다. 그런데도 그런 꽃에서 나오는 향기는 참으로 좋기도 하고 멀리도 간다. 그 향기를 그윽하다고 표현하는 말에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군자는 그 모습이 중요한 게 아니고 그 향기가 중요하다. 스스로 열심히 배우고 익혀서 갈고 닦으면 그 향내가 온누리로 퍼져 나아가 그 향기를 맡으려는 사람들로 산과 바다를 이룰 것이다.  

5. 난초는 억지로 잎을 붙들어 매어 1년 이상 지나도 풀어 놓으면 원래의 제 자리로 다시 돌아간다.

자아字我는 별난 실험을 해보았다. 난초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서쪽으로 뻗은 난초의 잎을 묶어서 동쪽으로 향하게 하고 1년 이상을 두었다가 풀어보았는데 그 전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방향으로 자리를 잡는 것을 보았다. 난초는 제 모습 그대로이지 누가 억지로 그 모습을 바꿀 수 없다.

군자는 스스로 자기 길을 가는 것이지 결코 외부의 힘에 굴하지 않는다.

6. 난초의 뿌리는 굵고 단순하다.

다른 풀과 나무의 뿌리와 같이 잔뿌리 굵은 뿌리가 없다. 그저 굵직한 뿌리 몇개가 있을 뿐이며 그 깊이는 상대적으로 깊다.

군자는 마음 뿌리가 심란하지 않고, 굵고 단순하며 깊어서 예사 일에 쉽게 관심을 보이지 않으나 한번 마음을 쏟으면 철저하고 깊다.

7. 난초는 혹독한 환경을 견디고 나서야 꽃을 피운다.

일반 가정에서 난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