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유명한 시이다.

그 유명한 정도에 걸맞게 교과서적 풀이 뿐만 아니라 그 감상도 넘쳐날 정도로 많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온갖 감상들을 읽어보아도 字我자아는 뭔지 모르게 아쉽고 마음에 쉽게 와닿는 감상문이 없었는데 마침내 字我자아의 마음에 흡족한 감상법을 찾았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 꽃’ 이 도대체 무엇일까를 화두처럼 되뇌이다가 무릅을 치게 되었다.

제목이 왜 ‘진달래 꽃’ 일까?

영변에는 약산이 있고, 약산에는 진달래 꽃이 많으며, 소월과 영변과의 관계 등 일반적이고 교과서적인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그리고 다른 꽃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진달래 꽃일까?

사물인 '진달래 꽃'이 이 시의 전부다.

‘진달래 꽃’이 이 시의 주제어임에 틀림이 없다.

따라서 字我자아는 진달래 꽃을 주체로 하여 이렇게 감상해 본다.

진달래 꽃은 추운 겨울을 딛고 이른 봄에 바위틈이나 산야에 일찌감치 피는 꽃이다.

빨간색은 정열이다.

온통 빨갛게 피지 못하고 연분홍으로 수줍은 듯 피어나는 진달래 꽃은 아마도 사랑의 정열을 속에 숨기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러나 아무리 두텁게 싸매어도 속마음은 겉으로 피어나기 마련이다.

정열은 속에 숨고 본색은 살며시 겉으로 드러난다.

수줍어 수줍어 다 못 타는 연분홍이

부끄러 부끄러 바위 틈에 숨어피다

그나마 남이 볼세라 고대 지고 마는 것이 진달래 꽃이다.

소월의 진달래꽃은 그런 나 자신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놓고도 사랑한다고 드러내어 표현하지 못하는 자신이며

표현을 하더라도 정열적이지 못하고 수줍은 듯 뒤로 숨어 연분홍 옅은 색으로 얼굴만 붉히는 자신이다.

심지어 여기의 상대는 내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수도 있다.

마음으로만 사랑하던 대상이 떠나려고 한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사랑했노라도 말하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다.

또 수줍음이 발목을 잡는다.

일분 일초라도 더 당신과 함께하고 싶은데 무슨 도리가 없을까?

내가 당신의 양탄자가 되어 준다면 영원히 당신 길에 함께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를 밟고 떠나가는 당신.

그렇게 해서라도

그 순간만이라도 당신을 느끼고 당신과 좀 더 오래 함께 하고 싶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우리는 서로 사랑했지, 근데 내가 싫어서 가는거야?-드러내어 사랑하지 못했으니 상대는 그저 아무 일없이 떠나갈 수도 있는데 마치 서로 열열히 사랑했던 것처럼 내가 그렇게라도 생각하고 싶은거다)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내가 싫어서 떠난다고 해도 붙잡거나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보내주겠어)

영변의 약산 진달래 꽃(내가 수줍어서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조차 못했지만)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당신의 떠나는 길에 나의 마음을 송두리채 양탄자 되어 깔아드릴랍니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당신은 가시는 걸음마다 이런 나의 마음을 밟고 가기만 하면 됩니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내가 자청하여 누워 만든 길이니 당신이 밟고 간다고 이를 원망할 리가 있겠소. 울기는 고사하고 이렇게라도 해서 당신 길에 함께하여 당신을 영원히 더 느끼고 싶은 것이 나의 심정이라오)

여인의 속사랑이 참 아프다.

이 여인은 수줍음 많고 여리며 감정을 속으로 삭이는 사람이다.

짝사랑이라도 하던 대상이라면 그가 훌쩍 떠나갈 때에 이렇게라도 읊으며 마음을 달래던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본다.

여기서 진달래 꽃은 나이며 아마도 소월 자신은 아니었을까?

字我자아 적음.